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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일 년만 살아보고 싶다."

구남친과 연애할 때 장난스럽게 했던 이야기이다.

그때 제주살이가 한참 유행이기도 했고,

도시에서만 평생 살았던 터라 제주 생활이 궁금했다.

그리고 지금 그 구남친이자 현남편과 제주에 산다.

그냥 해봤던 말이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딱히 계획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결혼하자마자 바로 외국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20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이사라고는 같은 동네에서 한 번이 다였던 나에게,

외국 생활은 큰 변화였고, 도전이었다.

 

두려움을 느끼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변화와 도전은 신선했고, 퍽 재미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남편과 나는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돌아왔을 때 몇십 년이나 살아봤던 고향에 정착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어디서 살아야 할까?"

문득 연애할 때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제주에 살아보면 어떨까.

그냥 그렇게 우리는 또다시 변화와 도전을 했다.

그리고 지금 제주에 산다.

제주살이

우리가 했던 변화와 도전은 안정된 삶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그래서 코로나라는 변수가 생겼을 때 외국에서 나와야 했고,

외국에서 나온 우리는 갈 곳이 없었다. 두려웠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또다시 도전을 할 수 있었고, 제주에 산다.

안정된 삶이 아니기에 더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사람들로 삶을 채워나가고 있다.

 

자주 옮겨 다니는 삶은 손이 많이 간다.

부지런하지도 않은 나를 부지런 떨게 만든다.

하지만, 그래서,

단순하게 사는 재미를 알게 되었고,

짐 없는 생활이 주는 자유로움을 알게 되었다.

"제주에 사니까 어때?"

한참 유행했던 제주살이가 한풀 꺾였다고 생각하는데도

서울 친구들은 자주 물어본다.

똑같은 질문을 여기서 사귄 제주 토박이 친구들이 묻기도 한다.

같은 질문이지만 다른 느낌이다.

대도시에서 살다가 제주에 사니 심심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거다.

그래서 나의 제주 생활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제주 생활을 꿈꾸는 누군가에게.

제주 생활을 계획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제주 생활이 어떤지 그저 궁금한 누군가에게.

나의 제주이야기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제주살이
제주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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